(1) 나를 알린다는 생각에 대한 공포
우선 기본적으로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써 내 이름을 걸고 프리랜서로 일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내가 기술이 있고 실력이 있으면 분명히 알려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했다.
나를 알려야 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누가 20대 후반에 갓 졸업한 어려보이는 동양인에게 생각보다 큰 돈을 지불하고 본인의 건강, 정말 중요한 목을 맡기겠는가? 나 같아도,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경험이 있고 숙련된 의사선생님을 찾아갈 것 같다.
그렇다고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지인들에게 광고하여 “영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더 없었다. 그래서 사실은 철저히 기본적인 실력을 늘리려고 집중해서 공부하고 경험을 늘리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카드 빚은 점 점 늘어갔는데, 그때는 단순히 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지만, 경제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은 분명했다.
(2) 5년정도 버티다가 그 이후
시카고에서 5년정도 Associate일을 하며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광고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고, 2022년 여름, 내 개인 프랙티스를 운영해보겠다며 기존에 있던 클리닉에서 분리해 나오는 결정을 하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광고를 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실력이 뒷받침 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럼 그런 ‘자신감’은 갑자기 어디서 생겨났을까?
실제로 ‘자신감’은 내가 하는 일을 잘 수행해 내지 못할까봐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응급 상황이 생기더라도 내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고 침착하게 문제를 고쳐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어디서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 한 인터뷰어가 이렇게 질문했다.
“당신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요?”
그에 대한 대답은 나한테 새롭게 다가왔다.
“Ignorance is bliss. Complete ignorance. [….]”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인데, 실제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라는 대답이다. 오히려 많이 알수록 안될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고. 만약 본인이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여기서 나는
나의 부족한 점들 (imposter),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응급 상황들에 대한 공포가 어쩌면 내가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비록 내 빚은 점 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한 Hippocratic Oath, “First, do no harm.” 이라는 선서는 나에게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특히 상부 경추, 목 위 쪽을 다루는 과정에서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돈받고 환자를 harm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굉장히 무섭게 다가왔던 것 같다.
(3) 여전히 나의 이름을 걸고 나를 알릴 때 주저하게 되는 이유
내가 나 자신, “나” 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봤을때
나만 아는 나의 personal life와 내 public persona사이에 있는 간격, 어떤 불균형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직업이 헬스케어 관련된 일을 하는 만큼
내가 생각하는 가치들이나 지향하고싶은 방향은 있는데 나의 개인적인 삶과 괴리감이 생길수록 나 자신에 대해서 “hypocrite”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들에 의해서 동요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가니까.
(4) 내가 살아가고싶은 삶의 방향
그냥 내가 지향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계속 균형을 맞춰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솔직히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성인이라면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면 되는거 아닌가? 다 각자의 시간과 속도가 있고 가는 길이 다 제 각 각 다른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일 외에는 다 정확히 잘 모른다. 심지어 전문가들끼리도 갈리는 의견이 항상 존재하는데 말이다.
실제로 난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만 아니라면 최대한 많은걸 경험하고 즐기면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30대 초반즘에 친구들과 너무 재미있게 놀다가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었는데
(1) 사랑과 행복이 상당히 서로 맞닿아있고 정말 행복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2) 좋은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낀 것 같다.